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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아브라함의 무덤과 유네스코

hherald 2017.10.16 17:27 조회 수 : 261

 

미국이 유네스코 UNESCO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미국의 둘도 없는 우방 이스라엘도 나간다고 했다. 사실 미국은 유네스코랑 그리 달달한 사이가 아니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뛰쳐나간 적이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2002년 재가입했는데 이때도 유네스코가 예뻐서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를 팔아먹을 길이 막힐까봐 부랴부랴 재가입한 것이다. 유네스코가 문화상품을 자유무역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협약을 추진했는데 미국은 이를 반드시 저지해야 했다. 이 협약이 표결에 부쳐지자 반대한 나라는 딱 둘. 미국과 이스라엘. 달리 '둘도 없는 우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앞장서서 막았다. 이스라엘의 뜻대로 움직였다. 그러자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고 싶은 팔레스타인은 유네스코의 문을 두드렸다. 유엔에서는 미국의 거부권이 있지만, 유네스코에는 그런 게 없다. 2011년 찬성 107 반대 14로 회원국이 된다. 그러자 미국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보복했다. 회비 안 내는 거로 유네스코를 골탕 먹이려 했는데 안 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것이 그대로 미국의 빚이 됐다.

 

 

미국은 유네스코의 정치적 편향성과 방만한 운영 등을 지적하지만 실상은 반이스라엘 편향의 분위기와 결정이 불만이다. 이번 탈퇴 선언에 불을 댕긴 주 요인 중 하나도 지난 7월 팔레스타인 통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헤브론 구시가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말하자면 헤브론은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인데 이곳을 팔레스타인만의 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헤브론이 어떤 지역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헤브론은 성경에 나오는 도시 중 가장 오래된 도시들 가운데 하나로 유대인들에게는 4대 성지 중 예루살렘 다음으로 중요한 성지이다. 성경 창세기에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와 죽은 아내 사라를 안장하려 산 땅이 헤브론에 있는 막펠라의 동굴이다. 이 동굴에는 아브라함과 그 자손 이삭, 야곱이 순서대로 묻혔다. 이슬람에서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그의 친구로 선택하셨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아랍인들은 헤브론을 ‘친구 아브라함’이란 말로 부른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모두 경전에서 아브라함을 언급하듯 아브라함의 무덤인 이곳은 모든 종교의 성지이다. 유대교 회당, 성당, 이슬람 사원이 모두 있고 따라서 자주 다툼이 있는 곳이다. 막펠라 동굴의 출입구는 유대인 지역과 이슬람 지역의 출입문이 나누어져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은 총 1천73개. 물론 모두가 인류 전반에 통용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녔는가 나라마다 해석이 다르다. 당장 일본의 '군함도'의 경우에도 조선인의 한이 서린 일본 제국주의 산업시설이 떡하니  등재되지 않았는가.

 

 

모든 국가가 유네스코의 정신을 '평화와 자유 증진'으로 규정하지만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네스코의 정신을 달리 해석하는 걸까. 모든 종교의 경전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달리 평가되는 건 아닐 텐데. 아브라함의 무덤으로 유네스코가 들썩이니 이런 날을 어느 종교 그 누가 예견했을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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