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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토끼 사랑 vs 토끼 계획

hherald 2017.09.18 18:35 조회 수 : 1285

 


베네수엘라의 토끼 먹기 캠페인? 무슨 말이냐면 경제난으로 베네수엘라에 식량이 부족해 국민에게 동물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안으로 집에서 토끼를 길러 잡아먹으라고 권한다는 정부 정책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당연히 석유로 먹고 사는데 원유값이 떨어져 경제가 무너졌다. 국민 75%가 먹을 것이 부족해 체중이 평균 8.62㎏ 빠졌다. 지금 대통령이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인데 못 먹어 살이 빠진 국민들이 이를 ‘마두로 다이어트’라 한다고.

 

 

소나 돼지에서 얻을 단백질을 토끼에서 얻자는 것이 ‘토끼 계획’이다. 대통령이 TV에 나와 토끼를 먹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선 토끼가 굉장히 사랑받는 애완동물이라 한다. 토끼고기를 보급하고자 정부에서 우선 빈민 가정을 선별해 새끼 토끼를 나눠줬는데 잡아 먹지는커녕 이름을 지어주고 방에서 같이 자며 오히려 정을 쌓고 있다고. 담당 장관이 "토끼는 애완동물이 아니고, 베네수엘라 국민의 식탁에 제공되는 고단백 고기"로 생각하라고 읍소한다. 새끼 토끼는 두 달이 지나면 2.5킬로까지 자라니 2.5킬로짜리 고기로 봐달라는 것이다. 국민의 '토끼 사랑'을 멈춰야지 ‘토끼 계획’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정부는 국민에게 호소하건만 좀처럼 먹히질 않는 모양이다. 

 

 

이 경우 토끼는 구황식품이랄 수 있다. 사실 소.돼지 대용 단백질원으로 토끼 고기는 좋은 구황식품이 된다. 구황작물을 선정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재배기간이듯 -  재배기간이 60일 내외로 무조건 짧다 - 토끼는 임신 기간이 짧고 일 년에 40마리까지 새끼를 낳으니 훌륭한 구황식품이다. 

토끼의 번식력은 호주에서 이미 입증됐다. 토끼가 없는 호주에 한 영국인이 사냥감으로 토끼를 들여왔는데 몇 마리가 도망쳐 천적이 없는 호주에서 어마어마하게 번식해 지나간 자리를 초토화했다. 그래서 토끼의 개체 수를 줄이려 천적인 여우를 들여왔는데, 여우가 사냥하는 속도보다 토끼의 번식이 더 빨라서 토끼는 줄지 않고 여우까지 늘어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2차대전 때 토끼고기를 군용으로 쓰면서 토끼를 좀 줄였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에선 토끼 고기를 먹자는 것이 반려동물을 잡아먹자는 말로 들려 반감을 사지만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선 정육점에서 토끼고기를 쉽게 살 수 있다. 프랑스 깔레의 슈퍼마켓에서 머리달린 토끼고기를 많이들 봤을 것이다. 토끼는 닭, 오리 다음으로 많이 도축되는데 전 세계에서 해마다  약 22억 마리 이상을 도축한다. 그만큼 흔한 고기라는 말이다.

 

토끼는 가축으로 키우기는 쉽지만 애완동물로 키우기는 어렵다. 새마을운동 시기, 더러는 집에 토끼장이 있었고 학교 뒷마당에도 토끼를 키웠다. 어린 눈에는 예쁜 토끼로 보였지만 당연히 먹거나 팔아서 돈으로 바꿀 가축으로 키웠다. 학교에 가면 토끼 당번도 있어 풀을 뜯어 먹여야 했다. 정부에서 '소득증대'와 '잡아먹으라고' 토끼 키우기를 권장했기 때문이다. 국민교육헌장 못 외운다고 벌로 토끼풀 뜯으러 가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토끼고기 공급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다 어린 시절 새마을운동의 기억까지 불러왔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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