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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믿으실는지. 195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끈 커피 브랜드 Chase & Sanborn coffee 광고에 의자에 앉은 남편이 무릎에 아내를을 업혀놓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내려치는 사진이 있다. 아내가 남편이 원하는 브랜드 커피를 사지 않아 이렇게 때린다는 광고다. 이 커피를 사지 않으면 당신도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은근히 위협하는 광고. 이런 야만적인 광고가 당당하게 신문에 실렸다. 그리 멀지 않은 그 당시 미국 여성의 슬픈 위상과 미국 남성의 졸렬한 여성비하를 엿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성적인 뉘앙스의 광고가 많이 만들어지는 분야가 자동차와 주류 광고다. 점잖게 말해 성적인 뉘앙스이지 사실 섹스어필이다. 섹스어필이면 열에 아홉은 여성을 모델로 하고 이렇게 광고상에 나타난 여성은 의존적이거나 이기적이며, 나약하고 성적인 매력에만 목을 맨 인간형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그래서 여성비하 논란이 많이 생기는 광고 상품 역시 술과 자동차다.

 

이번에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 Audi가 중국에서 인증 중고차 광고를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나가자마자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키며 오히려 중국인의 분노를 샀다는 보도가 있었다. 광고는 이렇다. 결혼식 중 시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신부의 코와 귀를 당기며 살펴보고 입술을 들춰 이를 검사하는 등 몸을 구석구석 살핀다. 시어머니는 신부가 흡족한듯 오케이 OK 사인을 보내고 신랑과 신부는 안심하고 결혼식을 계속한다. 그때 돌아가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신부의 가슴을 응시하면 순간 붉은색 아우디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중요한 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광고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아우디가 인증하는 중고차는 사전에 이렇게 철저히 체크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소비자들에게 비친 느낌은 신부를 중고차에 비유하고 시어머니가 신부의 신체를 살피는 것이 여성비하라는 반응이다.
한국에서 집행된 자동차 광고에 나온 여성비하의 대표적 사례는 현대차의 i30 광고. 자동차가 지나가자 여성의 치마가 들춰지고, 자동차가 물을 튀기자 여성의 옷이 젖어 속옷이 비치고 남성이 이를 바라보고, 차가 흔들리자 타고 있던 여성의 가슴이 흔들리고 노출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에 불길이 타는 형상까지 만들어 붙였다. 여성의 노출만 이어질 뿐 다른 건 없다. 단지 '#후방주의' 라는 해시태그. 진짜 뜬금없는 광고였다.

포드자동차도 사과까지 한 광고가 있다. 인도에서 나온 광고다. 포드자동차는 컴팩트 차인 '피고'를 '트렁크가 대용량이라 짐을 많이 싣는 데 문제 없다'고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광고가 야한 복장을 한 3명의 여성이 손발이 묶이고 입이 막힌 채 트렁크에 앉아있고 이들을 납치한듯한 이는 성 추문 대장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닮은 남성. 앞 좌석에서 웃으며 V자 사인을 보내는 모습이다. 여성 3명을 납치해 싣고 갈 만큼 트렁크가 커서 문제없다? 이 광고가 나올 무렵 인도에서는 여대생이 버스에서 집단성폭행 당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의회에서 성폭력방지법 강화안을 통과시키는 등 여성안전이 최대 국민적 관심사였다. 그 시기에 이런 광고가 나왔으니... 

 

다른 분야 광고까지 가면 여성비하의 사례는 끝이 없다. 그런데 이런 광고가 나오는 것이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짧아서라면 그나마 용납이 되지만, 의도적으로 바이럴 Viral 마케팅(바이러스가 전염되듯이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을 타고 정보가 끊임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을 노리고 일부러 만드는 경우도 많아 그게 문제다. 똑똑한 소비자는 벌써 옥석을 구분하는데 아직도 이런 구태 광고가 먹힐 거라 생각하니 이류가 만드는 이런 광고를 보는 것도 고역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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