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지옥불반도는 얼마 전 처음 알았다. 헬조선은 지옥Hell + 조선朝鮮의 합성어다.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다. 한국이 지옥 같다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현실이 여전히 힘든, 또는 열심히 일할 여건조차 갖지 못하는 젊은층이 냉소적으로 만든 말이다. 그러나 그 속에 깃든 젊은 청춘들의 불만, 불안, 좌절, 절규 등이 엿보여 기성세대인 나로서는 왠지 미안하고 찡한 말로 들린다.
'지옥불반도'라는 것은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지도를 말한다. 패러디를 한 지도 그림이다. 지옥불+한반도의 합성어로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게임맵을 패러디해 한국의 현실을 빗대고 있다. 게임에서 최종 목적지를 향한 출발부터의 여정을 지옥불반도에서는 출생부터 치킨 사업을 하다 망하고 죽기까지의 과정으로 표현했다. 한국인의 삶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절망이 조소와 함께 담겨있다. 물론 금수저 청년이 아니라 흙수저나 똥수저 청년들의 절망이며 조소다.
<오마이뉴스>를 주로 인용해 짧게 설명한다. 지옥불반도는 '출생의 문'부터 '탑골공원'까지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출생'에서 한국에 태어난 것을 '지옥문'이 열려 지옥불반도에 태어났다고 한다. "주입식 교육'은 예비 노예로 노예 전초지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극소수의 승자와 절대다수를 가르며, 경쟁으로 닦달하는 주입식 교육을 뜻한다. 헬조선의 평균적인 청년들의 삶이 고달파지는 불행의 시작이다. 그 후 '문과, 이과'로 나뉘고 '취직'을 하거나, '백수의 웅덩이'에 빠진다. 문과가 백수의 웅덩이에 더 가깝게 그려졌다. '군대'는 '지옥불반도의 한 구석에 있다. 세상과 격리된 공간이란 뜻. 취직이 어려우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어렵사리 '공무원'이 되거나 '자영업 소굴'로 빠진다. 점주는 어렵다. 창업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지도에는 '치킨 사원'이 있다. 치킨은 자영업 대표주자요, 치킨을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 숭상하니 종교적 의미의 '사원'이다. 그러나 치킨집 운영이란 낭만이 아니라 각자도생 살육전임을 경고한다. 이렇게 노예처럼 서로를 밟고 죽이면서 아귀다툼을 벌여서 남는 건 '탑골공원'으로 간다는 허망한 결말이다. 물론 이 모두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서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 이런 삶과 떨어져 지도 한 쪽에 '금수저 무기고', '정치인의 옥좌' 같은 것이 있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저 위에 존재한다>.
이 씁쓸한 지도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민의 숲'. 암울한 상황의 대안이 '탈조선' 즉 이민이다. 그러나 탈조선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각 나라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이민법들이 있으므로... 지도를 벗어나도 역시 씁쓸하다.
조사를 보면 한국에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낀 이유로 '정부 불신'이 가장 크다고 한다. 물질적인 가치보다 청년들이 꿈꾸는 세계를 정치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신이다. 문제는 불신의 근원인 그들이 이런 사실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
한국이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9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이 싫어서 다른 나라로의 이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 "그래? 싫으면 가!"라고 답 할 꼴통들이 꼭 있다. 이런 답은 답이 아니다. 헬조선 지옥불반도를 그저 단순한 개인 문제나 불만으로 치부하는 이런 어리석은 부류는 헬조선 지옥불반도에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 뿐이다. 제발 제대로 좀 알자. 알아야만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 아세요? 헬조선 지옥불반도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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