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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어버이라는 말이 주는 감수성과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눈곱만큼이라도 그려지는 단체가 아니다. 정확히말하면 어머니는 없다. 대부분 아버지들만 모이는 곳이다. 청와대가 관제집회를 지시하고 어버이연합이 일당 2만 원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줄줄이 밝혀지자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말만 하고 일개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 업무로 치부하며 꼬리 자르기를 했다. 또 어버이연합 차명 계좌에 들어온 돈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나온 자금이었다고 밝혀지자 전경련도 연관된 것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런, 청와대도,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어버이를 버렸다.

 

이 어른들은 시위 때마다 연장과 가스통을 들고나온다. 맘에 안 드는 나라 국기 태우기, 죽은 대통령 무덤에서 꺼내는 상황극 만들기 등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시위가 종종 폭력으로 번져도 경찰이 묵인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시위는 100% 보수정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 세력을 규탄한다. 누가 봐도 정권이 고용한 '알바'시위다. 그러다 이번에 자금줄과 그 돈이 전달된 곳, 청와대와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통화기록까지 다 들춰졌는데도 모른다고 한다. 오호라, 어버이들이 토사구팽의 처지에 몰렸다.

여기에 소속된 소위 어버이들은 일제시대를 경험했다, 6.25 전쟁에서 목숨걸고 싸웠다고 말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수호했다고 한다. 대부분 거짓말이다. 출처를 알 수 없고 어느 부대인지도 모를 이상한 군복입고 앞장서는 이들은 대부분 60대로(많아야 70대 초반이다) 일제시대에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실제 햇수를 따져 6.25 때 학도병이라도 했다면 지금 80세가 훨씬 넘어야 한다. '월남 스키부대' '알라스카 밀림부대' 식이다. 원, 언제 그런 경험을 했는지. 

 

입고 나오는 군복은 코스프레 수준이다. 장교복 상의에 사병용 하의, 월남전 참전부대 마크에 다른 부대 마크를 함께 달기,  해병대와 육군이 섞인 복장 등등 병역의 의무를 마치기는 했는데 군댓밥을 맛보기는 했는지 차라리 의심스럽다. 어느 방송이 어버이연합 시위 현장을 보도하며 "왜 선글라스를 끼고 시위를 하냐?"고 물었다. 대답이 "자식이 알아볼까봐 창피해서..."

 

어버이라고 이름 붙인 이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다. <세월호 참사 정치 선동에 이용하는 전교조 강력 규탄한다>, <재난관리 업무 소홀로 세월호 참사 막지 못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 고발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돈벌이 이용하는 거짓 영화 ‘다이빙벨’ 즉각 상영 중단하라!>, <세월호 유족들은 지금 당장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라!> 세월호 관련 성명서들인데 이보다 훨씬 많다. 무슨 말이냐면 세누리당을 대신해 민감한 현안에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당 2만 원에 유용하게 쓰다가 이번에 꼬리가 밟혀 청와대와 전경련이 어버이를 버린 것이다. "나는 모르는 어버이요."

 

민주공화당 허경영 후보가 제19대 대선 공약으로 만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 수당 매월 70만 원씩 지급한다고 했다. 단, 어버이 연합은 제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소위 허본좌도 포기했던 바다. 이제 청와대도 전경련도 모른다는데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의 어버이를 과연 어쩔꼬.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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