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지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망발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총리가 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박근혜 정부요, 새누리당이다. 차라리 박근혜 정부요, 새누리당이니까 "조선 민족의 상징이 게으른 것이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며 남한테 신세 지는 게 우리 민족의 DNA였다"고 우리 민족을 폄훼하는 사람이 자기 정권에는 총리 '깜'이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라고 위안으로 삼으려 해도 민족의 자존심을 모독하는 그 인물 자체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변명이 개인적으로 더 이해되지 않는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일본에 위안부 보상요구는 떼쓰는 꼴"이라는 강연을 한 곳이 교회다. 따라서 교회라는 특정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한 강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강연과는 차이가 있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이는 기독교인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다. 아니 하나님까지 모독하는 것이다. "미국을 붙들어두려고 6.25를 하나님이 일으켰다"는 강연이 있었던 곳이 교회다. 분명히 역사와 기독교를 왜곡한 것 아닌가?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는 기독교 특유의 인식이라지만 아무데나 하나님의 뜻을 갖다 붙이는 그는 오히려 반역사, 반신앙의 자세를 가졌다.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성명처럼 <하나님은 한일합방과 남북분단을 주도한 분이 아니다>.
그는 기독교계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했다고 변명했다. 기독교계의 시각이라니. 이 또한 모독이다. 기독교계의 시각이 일제의 식민사관과 똑같다는 말인가? 조선의 상징을 '게으름'으로 표현한 문창극의 시각이 기독교계의 시각이라면 일본 명치유신의 문명론, 조선정복을 정당화하는 정한론, 이를 신봉하고 떠받들던 친일파들의 사관과 어쩜 그리 같다는 말인가. 그것이 기독교계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라 변명하다니.
의문이 든다. 이런 사관을 가진 인사의 강연이 교회에서 있었다. 그것도 주로 내로라하는 대형교회들을 무대로 큰 소동 없이 진행되었다. 이번에 총리 후보자가 되니 불거진 것이지 그의 문제투성이 망발이 그 큰 교회를 무대로 그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맘껏 뱉어졌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했다는 말이다. 도대체 교회에서 하나님과 기독교를 왜곡하는 강연이 가능한 것일까. 대형 교회 설교강단을 통해 문창극 같은 인사의 위험한 사고가 맘껏 뱉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참 우려스런 일이다. 박정희의 3선개헌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던 당시 목사들과 전두환 국보위상임위원장을 칭송하는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었던 그런 목사들이 이런 무대를 만드는 것일까.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라는 말을 하라고 설교단상을 내준다는 말인가. 의문이다.
역사학자이자 기독교 장로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이 말했다. "문 후보자 얘기가 사실이라면(일제 식민지는 하나님의 뜻이라면) 독립운동을 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했다는 뜻이 되고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옥고를 치르고 순교까지 하신 분들도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것이 된다. 너무 왜곡시켰다”
특정 교파 교인의 자격으로 얘기해도 일본 극우파의 시각 못지 않다고 문제가 될 텐데 하물며 그는 일국의 총리 후보자다. 아무데나 하나님의 뜻을 갖다 붙이는 사람은 교인으로서도 문제지만 하물며 일국의 총리 후보로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 말처럼 사퇴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사퇴하라. 그렇게 들려주고 싶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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